캔터베리대주교 대림절 사목서신

캔터베리대주교 대림절 사목서신

*올해 말에 퇴임하시는 로완 윌리암스 캔터베리대주교께서 세계성공회공동체의 관구장 주교 들에게 보내는 사목서신입니다. 서신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계성공회공동체 는 승리의 영광에 도취한 교회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하고 기뻐하는 교회입니다. 우리는 중앙집권구조의 교회가 아니며, 여러 갈등상황 속에 서도 새로운 친교의 도래를 기다립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세계성공회공동체의 다양한 연 결망들(networks; 세계성공회공동체 안에는 건강의료, 원주민, 정의평화, 대학, 환경, 여성, 가 족, 청년, HIV/AIDS, 종교간대화, 프랑스어사용권 네트워크 등 총 11개의 네트워크가 활동하 고 있습니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네트워크들을 통해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형 성하고 공동체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명이신 그리스도가 나타나실 때에 여러분도 그분과 함께 영광 속에 나타 나게 될 것입니다.” (골로 3:4)

성 바울로는 신자들 안에 존재하는 그리스도의 생명의 실재가 현세와 이생에서는 결 코 완전히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우리의 존재에 대 한 깊은 진실은 감추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마치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함이 교회 안 에 영광스럽게 드러나는 것처럼 자부한다면, 우리는 교회를 보존하고 지탱하는 능력 이 성공을 측정하는 우리의 기준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라고 하는 진리로부터 우리 의 마음을 돌려버리는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성 바울로가 고린토후서에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미래의 영광은 예수의 얼굴 을 온전히 바라보는 삶 속에서 때때로 드러난다는 것 또한 진리입니다. 우리가 대림 절기로 들어설 때,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마음에 간직해야 합니다. 복음의 보화는 질 그릇 속에 존재하며, 심지어 인간의 얼굴에서 그리스도의 영광을 볼 수 있습니다. 우 리는 만물의 종말에 이르지 않았지만, 우리는 종말을 고대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리스도 공동체의 삶과 예배와 봉사 속에서 빛나는 영광과 기쁨을 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제가 세계성공회공동체의 삶에 관여한 지난 십 년 동안 저에게 더욱 분명해졌 습니다. 세계성공회공동체는 많은 고난과 혼란을 견뎌왔고 여전히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과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성공회공동체의 삶 안에 있는 다양한 방법들로 예 수 그리스도의 얼굴 안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볼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으며, 그렇 기에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친교의 중심에 은밀히 살아계시며 날마다 우리를 새롭게 하신다는 것을 하느님의 은총을 통해서 알게 됩니다.

교리와 상호책임에 관한 결정들이 세계성공회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확정된 것인지에 대한 많은 의문들과 ‘일치의 도구들’에 대한 다양한 도전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세계성공회공동체는 유일한 중앙권위를 추구하는 교회는 아니라는 것 입니다. 이 말은 우리 교회가 진리 또는 거룩 또는 조화에 관심없다는 뜻이 아닙니 다. 다만 모든 형태의 인간권력과 통치는 부패할 수 있고, 교회 안에서 우리는 공동 체의 삶을 조직하기 위한 다양한 참조점을 가져야만하며 이들 중 어느 것도 외부의 비판과 도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논쟁 속에서 어떤 사람이 나 집단에게만 결정들을 부과했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신뢰할 수 있고 지속될 수 있는 수렴점을 발견하기를, 새롭게 등장하는 친교가 더욱 분명히 그리스도 를 닮은 것이기를, 서로에 대한 존경을 통해서 성령께서 믿는 자들 안에서 새로운 것 을 창조하시기를 희망합니다.

20세기 초반의 위대한 성공회신학자 J. N. 피지스의 말을 사용하여 이를 다르게 말하 자면, 우리는 ‘공동체들의 공동체’입니다. 우리 시대에 맞게 새롭게 표현하자면, 우리 는 ‘연결망들의 연결망’(network of networks)입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세계성공회공동체의 공식연결망들이 우리의 관계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는가를 고민한 두 차례의 세계성공회협의회(ACC) 총회의 경험을 통해 이 생각 을 하게 되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11월에 열린 총회에서 연결망들이 얼마나 중요해 졌는지, 모든 관구들의 가능성과 희망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보고 깊은 충격을 받았 습니다. 복음화, 의료지원, 환경, 여성과 어린이와 원주민의 권리와 존엄성 등의 영역 에서 연결망들이 한 일들을 보면서, 세계성공회공동체 안에서 깊은 우정과 공동사역 에 의해 보존되는 기도와 관심의 이 진행형 공식모델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 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기에서 세계성공회공동체의 회의들 안에서 아름다운 그리스도 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그리스도인들의 환희에 찬 희망이 강하게 불타 오릅니다. 이것은 또한 우리에게 강하게 상기시킵니다. 우리가 성공회신자로서 열망하 는 것은 느슨하게 연결된 연방체가 되는 것도 아니며 때때로 성탄절 카드를 보내는 먼 친척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희망을 나누는, 서로가 하느님 앞에서 참되게 살고 온전해지는 일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참된 친교 를 누리는 가족이 되는 것을 열망합니다.

제가 뉴질랜드 총회에서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할 때 까지 하느님 나라의 사역을 미룰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하느님은 오 늘 우리를 부르십니다. 거대한 세계적 구조를 정돈하기 위해서 우리의 결정과 상호책 임은 중요합니다. 이것은 우리를 연결하는 덜 공식적이며 더 관계적인 연결망을 통해 실제로 수행되는 일들로부터 우리의 눈을 외면하도록 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한 것 은 우리는 연결망들이 수행하고 있는 더 겸손하고 실제적인 사역과 연결망들이 달가 워하지 않는 동반자들 사이에 구축하는 신뢰와 사랑 없이는 더 큰 문제들을 정돈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올해 캔터베리대주교직을 떠나면서, 해결하지 못한 것들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숨어계신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얼굴을 보이셨던 많은 순간들을 감 사하고 기뻐합니다. 작별인사를 드리며, 그러한 순간들을 허락하신 하느님과 많은 친 구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십년 동안 저와 함께 교회를 위해 봉사한 세계의 관 구장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는 하느님의 훌륭한 종인 계승자 저스틴 웰비 주교로 인해 하느님께 감사드립 니다. 저는 여러분들께서 그가 새해 초에 수행할 캔터베리대주교직을 준비할 수 있도 록 그와 그의 가족을 기도 가운데 붙들어주실 것을 압니다.

저는 주님의 오심을 기뻐할 준비를 하고 계신 여러분 모두에게 축복을 빌며 “다시 오 실 주님을 사모하는 모든 사람”에게 약속하신 “정의의 월계관”(2디모 4:8)을 쓰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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